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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를 이끈 여성 기수 아네스 바르다가 감독한 자전 다큐임. 온전히 자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즉흥 여행을 떠난다. 50살 넘게 차이나는 친구 JR과 함께.

영화는 바르다와 JR이 큰 트럭을 타고 프랑스 남부마을을 쏘다니는 내용으로만 이루어져있다. 아무데나 내려서 거기의 사람들과 얘기하고 사진을 찍는다. 작업은 JR의 벽화 작업(그리는거말고 사진을 대형인화해 붙이는)을 계속 이어간다. 바르다는 현재속에서 자신이 옛날에 했던 작업들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염소를 기르는 사람들을 찍으며 자신이 찍었던 염소 시체를 떠올리고, 함께 작업했던 작가를 떠올린다. 나는 여기서 그와 작업을 했었어. JR은 기꺼이 그 시절의 모델이 되어 준다. 그 때 그 사람과 같은 포즈로 있는 JR을 보며 바르다는 웃음을 터뜨린다. 현재와 과거는 너무 쉽게 겹쳐지고 과거는 현재의 훌륭한 영감이 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배우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과거를 딛고 현재에 똑바로 서서 걷고 있다. 


"당신 영화를 알죠. 그 장면을 기억해요."

"나도 네 작업을 본 적이 있어. 저 큰 벽에 큰 눈동자를 붙인건 누구일까 생각했지"

"우리는 이렇게 만났네요"


"고다르는 늘 썬글라스를 끼고 다녔어 너처럼. 하지만 서른세살의 그는 내영화를 위해 썬글라스를 벗어주기도 했어. 우린 오랜 친구였지."

"오 정말 우연이네요 저도 서른 세살인데. 썬글라스는 벗어줄수 없지만."


바르다는 JR에게 썬글라스를 벗을 것을 종용한다. 당신은 노안으로 먼 것을 보지 못한다. 글자는 흐릿하게 위아래로 떠다닌다. 그래서 그녀는 부러 깜깜한 세상을 보는 JR을 영화 내내 계속해서 책망한다. 고다르도 나를 위해선 썬글라스를 벗어줬어. 나는 아니에요, 겨우 지금 안경 때문에 짜증내고 있는 거잖아요. 

JR의 작업과 여행으로 이어지는 바르다의 영화의 마지막에서 바르다는 결심을 한다. 고다르를 만날거야. '옛날' 친구요? 노인을 친구로 둘 땐 말조심을 해야해. '오랜' 친구야.

하지만 바르다는 두려워한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그들은 이제 젊고 눈부셨던 그 누벨바그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으니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있고, 붙잡아선 안될 것들이 있어서, 고다르를 만나러 가는 길에 계속해서 그녀는 두려워한다. 

그들은 고다르의 집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한다. 고다르는 문을 잠갔고 그들은 들어가지 못한다. 장뤽 장뤽 당신의 오랜 친구 바르다가 왔는데!


고다르를 만나지 못하고 시름에 빠진 그녀에게 JR은 답지않게 최선을 다해 위로를 건넨다. 아마 이 영화를 결말을 극적으로 하기 위해 당신을 거부한 걸지도 몰라요. 아니야 그냥 심술이 나서 나를 골탕먹인거야. 그래 장 뤽 고다르였으면 그냥 그녀를 거부한 것일게다. 결국 그녀의 영화의 결말을 닫아주는 건 또다시 또다른 그의 오랜 친구, JR이다. 이렇게 하면 당신 기분이 좀 나아질까요? 하고 썬글라스를 벗어 눈을 보여주는 그는 이 나이든 친구를 사랑하는 다정한 친구이다. 시간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흐른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계속 걸어간다. 너무도 아름다운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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