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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또는 여행

여행일기

ㅅㄴㅐ 2015. 10. 15. 10:01

여행일기를 옮긴다. 6월 24일부터 7월 30일까지의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여행.

마드리드-콘수에그라-세고비아-세비야-론다-리스본-바르셀로나-파리-리옹-아비뇽-아를-니스-마르세유-밀라노-베니스-피렌체-로마


7.4 사그라다 파밀리온 앞 어느 카페.

뭔가 예쁜 색깔의 음료를 시켰는데 시원하고 맛있다.


내가 혼자 다녀버릇 해서인지 지금 동행이 좋은 동행이 아니어서인진 잘 모르겠지만 재미없고 신경쓰이기만해서 오늘은 혼자 나왔다. 

나는 최소한의 여행이 가능한 자다. 와이파이가 없어도, 보조배터리가 없어독 그럭저럭 모든 게 가능하다. 난 유심도 없다. 가방은 기내용 캐리어 하나면 한달은 거뜬하고, 더워도 오래 걸을 수 있다. 감정의 변화가 외부로부터 발생하진 않는다. 그리고 적절히 안일한 위생관념...


사그라다 파밀리온에 대한 생각.

사람들은 오지랖이 넓어서 남의 기구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작품 자체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그러한 기구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비범성을 인정하는 것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온도 그것이 완성되기 못했기에 거기서 오는 이야깃거리와 상상거리에 더 많이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렇게 장엄한 계획을 세워놓고 나는 이걸 완성모태ㅠㅠ불가능ㅠㅠ 작업노트에 쓰고 죽은 가우디의 이야기는 얼마나 소설 주인공 같은가! 


성가족성당의 가치는 그것이 아직 완성되지 못함에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가우디 살아 생전 완축하지 못했고 그가 죽은뒤 100년동안도 완성하지 못했고, 많은 기술 발전후인 21세기 지금 현재까지도 완성하지 못했다. 자연물을 형상화한 부드럽고 장엄한 곡선과 기중대와 철골 구조물의 직선이 얽기설기 엮여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얼마나 기구하며 메타적인가! 그것은 충분히 환상적인 이야깃거리이다. 

바르셀로나는 이 성당을 최대한 천천히 지어야돼... 


7.7 콜로니아 구엘을 다녀와서.

정말 아름다웠다. 

돈많은 갑부가 이상사회를 만든답시고 공장을 돌리고 공장의 노동자들로 구성된 사회주의 마을을 만들고 그 마을 사람들에게 노동의 댓가로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해준다. 조건은 열심히 일할것과 닥칠 것. 한마디로 빨갱이 마을이다. 이 사회실험은 당연히 실패했고 (아마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과정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그곳의 주택들은 실험참여자들의 자녀들에게로 돌아갔다. 그게 무너진게 70년대이니, 그 사람들은 아직 거기에 산다. 공장과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가 잔여물이 되었다. 크 무슨 영화같다.


7.18 아를의 고흐카페에서 롱 아일랜드를 마시며.

정말 해가 늦게 진다.

모든 것은 놀랍도록 천천히 흐른다.

내일은 어떻게 하지, 뭘먹지, 뭘하지, 숙소는 어디지 하는 잡다한 생각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그래도 이런 고민은 내가 한국에서 했던 고민들보다 대체 얼마나 가벼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것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가고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느리게 흘러가는 것이다. 계속 곱씹으라고. 내 앞의 생도 이렇게 고요하게 흘랐으면 좋겠는데, 불가능한 것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에 안타까워서 혀를 끌끌찬다. ㅉㅉ

남프랑스에 사는 파리가 부럽다.


7.27 피렌체→로마로 가는 트랜 이탈리아 안에서.

여행이 3일 남았다.

캐리어에 나의 모든것을 최소한으로 넣은채 집없이 떠도는 생활은 이제 청산이다! 만세!

베네치아는 별세계였다. 바포레토에서 내려서 작은 골목으로 들어선 순간 생각했던 것은, 뭐야 카지노 베네치아랑 똑같네. 였음. 카지노 베네치아가 진짜 베네치아랑 똑같은 건데... 

흩어진 구름과 회빛이 섞여있는 하늘빛까지. 진짜 베니스를 만나니 그게 베네치아랑 너무 똑같애서 심란하고 맘이 더 복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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