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를 기록하진 않았다. 요즘은 구글 독스에 종종 빡치면 쓴다. 한 문서에 대고 줄줄 써서 어떤 문단이 어떤 시기에 함께 묶여 있는 지만 가늠할 수 있을 뿐... 제일 처음은 코로나가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2월이라 조금 심각하다. *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SNS 의 피드를 계속해서 새로고침 하는 것도 손가락이 힘들다. 코로나 19로 취소되는 여러 전시의 안내 메일이나 강의 취소 메일들을 하나의 메일함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삶을 계획하며 사는 것에 대해 무용함을 느끼고 원래 인간은 단독자로 살아가는 것이었지 하는 생각을 한다. 각자 도생. 삶에 있어 나 자신은 주인공도 아니고 조연도 아니다. 세트장 밖에서 서사를 관찰하는 ‘무대에 잘못들어온 사람’이다. 레지던시를 내년 세션으로 미뤄..
일기 두 가지를 발견해서 같이 묶어 올려 둔다 2018년 9월 16일 폰 정리하다가 발견한 메모인데 읽을 수 있게 문장으로만 다시 구성했다. 어디 다시 쓰일 종류의 글도 아니라 그냥 이대로 공개... 지난 여름 서울시립미술관의 보이스리스 전시에서 소개된 히와K의 작품과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를 보고 느낀 짧은 감상. 이라는 달콤하고 낭만적인 제목은 사실 시위에 쓰이는 최루탄의 효과에 대한 것이다. 최루탄에서는 마치 사과향과 비슷한 냄새가 나며 그 냄새를 맡게 되면 눈물이 나오고 구역질을 하게 되며 심한 경우 정신을 잃기도 한다.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입 안에 레몬을 문다. 레몬을 문 채로 사과향을 맡으면서 앞으로 전진한다. 남자는 하모니카를 불면서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다...
1. 주말 혜화역, 언제나 사람이 많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젊은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 구부정한 노인이 하나 서있다. 이질적인 그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둘러싸고 있다. 단정한 얼굴과 차분한 머리에 예쁜 웃음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자신의 몸을 가릴 크기의 큰 판넬을 들고서 한목소리로 외친다. 빅이슈 할아버지를 도와주세요! 걔네를 물끄러미 보면서 걸음을 옮기면 자연스레 시선은 구부정하게 빅이슈 잡지 더미를 끌어안은 그 노인을 향하게 된다. 거기에 떠오른 얼굴은 내게 너무 당혹스러워서 잘라고 누울때마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에 얼굴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데 학생들 때문인지, 뭐에 홀린듯이 잡지를 사는 사람들 때문인지, 표정은 꿈결같은 미소를 띄우고 있다. 그리고 기어들어가지만..
오늘 갔는데 생각보다 엄청나다. 사진 같지 않고 더 크고 멋짐. 호그와트의 기숙사끼리 모여서 밥먹는 식당 같다. 오프라인 서점의 효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 맞다. 도서의 소비자는 극히 한정되어있다. 시장 구조 자체가 책을 왕창 읽는 소수의 사람들이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지탱하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이건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다) e북의 독자층이 곧 종이책의 독자층이며 오프라인 서점의 독자 층이 곧 인터넷 서점의 독자층이다. 한정되어 있는 소비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하려고 하는데, 과연 어떤 것이 효율적인 것일라나, 사람들은 골똘히 생각한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경우를 생각해본다. 보통은 살 책을 미리 정해가서 산다. 뭐 때로는 좋아보여서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오프..
2002년 잡지 9월호의 박성윤 에디터와의 인터뷰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설치작업이나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박이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882년부터 1985년까지 뉴욕에서의 대학원 유학 시절에 그림과 큰 통, 쌀, 나무토막 등의 물건을 함께 설치하기 시작한 이래로 줄곧 이런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림을 잘 그렸으면 이럴 필요가 없었을 텐데 그림이 안 되니 답답한 마음에 설치를 탈출구로 택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실 그 당시 설치 작업이 한창 유행하기도 했고 똑똑하고 멋있는 작가인양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을 겁니다." "태초에 가난이 계셨다. 이 가난이 힙스터와 함께 계셨으니 힙스터는 곧 유행이니라. 힙스터 가라사대 카페가 있으라, 바가 있으라, 벽화를 그리라, 자전거를 타라, 빈티..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경제학 책을 읽을 만한 정신상태가 되지 못하니.. 오랜만에 단편적인 일기나 한 편 써보도록 하겠다. 균일하게 잘 쓸 수 있을까 벌써 걱정 됨 1. 22학점+영어학원은 헬게의 시작이었다. 아니, 사실 22학점 듣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게 다 경영과목이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되지도 않았겠지, 문제는 저기에 상당히 빡센 유화 수업이 두개나 있다는 건데, (물론 교수님 둘다 완전 내 취향이다. 한분은 말솜씨와 센스 한분은 그림) 내가 손이 빠르긴 하지만 시밤 아무리 빨라도 그렇지 2주에 유화 두점을 어떻게 끈내냐고오오오 그리고 영어도 꽤 복병... 11월에 시험볼꺼니까 공부좀 더 해놔야 되는데 이스페셜리 스피킹... 하... 시간이 없어요 십...그래도 일단 11월에 셤은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