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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면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하나하나 나열하긴 이 공간이라도 좀 껄끄럽다. 만난지 얼마 안됐지만, 서로 꽤 많이 알았고 닮은 점도 많은 사람이었다. 오늘 그 사람과 마지막으로 만났다.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이제 좀 드물게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선 그 사람도 나도 굉장히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한편은 이 마지막이 지금 찾아온 것에 대해 감사한다. 앞으로도 이 애매하게 지속되는 관계를 계속 질질 끌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그 때는 이 지랄맞은 관계가 이닌, 다른 관계일거라고 믿는다. 언젠가 내가 그 사람의 이러이러한 면이 좋다고 나름 직접적으로 그 사람에게 말했을 때, 그 사람은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었다. 나는 그런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었다. 나는 그 사람도 나의 이런 면이 좋았다고 나에게 얘기해주길 기대하고 한 말이었다. 근데 그 사람의 그 애매한 대답을 듣는 순간, 낙심하면서도, 아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이 사람이 역시 이런 사람이라 다행이다 라는 생각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을 한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도 그 사람의 대답을 생각하면 다리를 뻥차주고 싶을 만큼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이기에 이해 되고 용서된다.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은 용기가 없었던 것 뿐이다. 확실한 것은 그 사람도 언젠가 한번쯤은 나를 생각해보고, 나를 좋아했을 거라는 믿음이다. 그 사람과는 이제 만날 수 없다. 그 사람이 건강하길 빈다.
영화를 보자는 그 사람의 말에 마지막으로 볼 영화를 함께 고르는데, 괴로웠다.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웃기게도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서였다. 내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는 내 하드에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그 사람이랑 보는 것도 마지막인 것을 잘 알아서 같이 골라주었다. 한국영화중에서도 좋은 영화는 많이 있지만 소위 말하는 '팝콘무비'는 정말 너무 싫다. 나는 영화볼 때 팝콘 먹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보고 싶어하는 7번방의 선11물을 밀어놓고 내 선에서 적당히 타협한 남쪽으로 튀어를 보았다. 영화관에 이런 관계의 사람과 가는 건 불편하다.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는 나의 방, 나의 노트북 안해서 내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정말 최고지만 큰 영화관에서 약간은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두 사람을 즐겁게 하기는 힘들다. 남쪽으로 튀어를 보면서도 영화가 좀 더 웃겼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막 웃어서 서로 배꼽 빠지듯이 웃었으면 좀 덜 어색하지 않을까 해서. 그래도 임순례 감독은 굉장히 패기롭다고 느낀 영화였다.
언젠가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고, 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오늘의 나는 그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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