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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ㅐ 2015. 5. 17. 15:28

2002년 잡지 <메종> 9월호의 박성윤 에디터와의 인터뷰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설치작업이나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박이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882년부터 1985년까지 뉴욕에서의 대학원 유학 시절에 그림과 큰 통, 쌀, 나무토막 등의 물건을 함께 설치하기 시작한 이래로 줄곧 이런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림을 잘 그렸으면 이럴 필요가 없었을 텐데 그림이 안 되니 답답한 마음에 설치를 탈출구로 택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실 그 당시 설치 작업이 한창 유행하기도 했고 똑똑하고 멋있는 작가인양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을 겁니다."

 

 

"태초에 가난이 계셨다. 이 가난이 힙스터와 함께 계셨으니 힙스터는 유행이니라. 힙스터 가라사대 카페가 있으라, 바가 있으라, 벽화를 그리라, 자전거를 타라, 빈티지를 입으라, 메이슨병에 마시라, 문신을 하라, 이국적인 음식을 먹으라. 그대로 되니 보기 좋았더라."-힙스터 제네시스

 

 

"갤러리스트로서, 우리는 팔 수 있는 작품을 제공하면서 예술품 중독자들을 위한 '고정' 공급만 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전시, 새로 짓는 아름다운 미술관, 흥분되는 새로운 예술, 입장료가 무료인 갤러리 공간, 세계 도시들로의 여행, 아트페어, 만찬, 파티, 우정, 많은 토론을 제공하는 시스템의 일원이다. 주식, 부동산, 채권은 자산이고 그 통화가치가 쉽게 줄어든다. 하지만 미술계는 더 많은 것을 주고, 그 가치의 대부분은 고유하다.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그 일원이 되고 싶어 한다."

 

 

2007년을 정점으로 했던, 한국에 불어 닥친 유례없는 미술투자 이상 열풍으로 책임감 없는 갤러리스트와 분별없는 미디어에 휩쓸려 얼마나 많은 젊은 작가와 초보컬렉터가 피해를 입고 상심에 빠졌는지 안다. 한국미술계 전체가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욕심을 걷어낸 뒤에라도 미술엔 돈을 쓸 만 하다고 떠들고 싶다. 다른 모든 상품들처럼 예술작품도 사회적으로 규정된 유용성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면 무슨 재미인가. 무용한 것을 유용한 것으로 바꿀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이 가진 문화적 태도의 힘이다. 자본주의의 기준 하에 쓸모없는 것들을, 우리의 의지로 쓸모 있게 만들면서 시스템에 저항해 보자는 얘기다. 가장 쓸모 있는 물건으로 취급되는 '돈'은 사실상 먹지도 못하고 아무 기능도 없는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사실 그 자신 아무런 능력이 없는 돈의 힘은 어떤 재화로든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나온다. 그 가능성에 각종 상상을 가미해 무수한 의미와 가치를 불어넣어 숭배하기 시작한 것도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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