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뿌리 - 김수영 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 어쩌다 셋이서 술을 마신다 둘은 한 발을 무릎 위에 얹고 도사리지 않는다 나는 남(南)쪽식으로 도사리고 앉았다 그럴때는 이 둘은 반드시 이북(以北)친구들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앉음새를 고친다 팔.일오(八一五) 후에 김병욱이란 시인(詩人)은 두 발을 뒤로 꼬고 언제나 일본여자처럼 앉아서 변론을 일삼았지만 그는 일본대학에 다니면서 사년(四年)동안을 제철회사에서 노동을 한 강자(强者)다 나는 이사벨 버드 비숍여사(女史)와 연애하고 있다 그녀는 천팔백구십삼(一八九三) 년에 조선을 처음 방문한 영국왕립지학협회회원(英國王立地學協會會員)이다 그녀는 인경전의 종소리가 울리면 장안의 남자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갑자기 부녀자의 세계(世界)로 화하는 극적(劇的)인 서울을 ..
제인 오스틴에 관하여 나는 사람들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왜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보기에 오스틴의 소설은 어조가 조야하고 예술적 창의성도 형편없으며 영국 사회의 빌어먹을 관습에 갇혀 있는 데다 (…) 이 작가의 머리를 사로잡고 있는 단 하나의 문제는…… 결혼할 수 있느냐 하는 것뿐이다……. 차라리 자살이라면 더 존중할 만할 것이다. ㅡ 랠프 월도 에머슨, 『일기』(1861) 엄마 말로는 오스틴은 당시 제일 예쁘고 제일 바보 같았으며 제일 가식이 많은 인물, 부나비처럼 남편감을 찾아 다니던 모습으로 기억된다는군요. ㅡ 메리 러셀 미트퍼드가 윌리엄 에트퍼드 경에게 보낸 편지 『오만과 편견』에 관하여 오스틴의 소설을 왜 그토록 좋아하세요? 저는 그 점이 이상해요……. 저 같으면 오스틴..
"It was the best of times, it was the worst of times, it was the age of wisdom, it was the age of foolishness, it was the epoch of belief, it was the epoch of incredulity, it was the season of Light, it was the season of Darkness, it was the spring of hope, it was the winter of despair, we had everything before us, we had nothing before us, we were all going transparent to Heaven, we were all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