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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작업노트를 대신 써준다.
대신 써준다, 라고 하지만 언니가 작업하는 방식과 태도가 맘에 드는 구석이 있었기에 그 느낌을 오랫동안 남기기 위해 쓰는 글이다.
의사는 말했다.
-당신이 조선시대에 살았으면 그냥 평범한 선비가 되었을 거에요. 문제는 당신이 21세기에 태어났다는 것이죠.
계속 말했다.
-그것은 병이에요. 자명한 사실이죠.
그것은 병이었다. 그녀가 남들앞에 섰을 때 떨리고 말을 더듬고 목소리는 작아졌던 그 모든 이유가, 그것이 질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그것은 불과 100년전만 하더라도 병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은 얌전한 사람, 진중한 사람이었지만
지나치고 외향적인 모습과 활달한 모습만을 요구하는 사회 구조가 그녀의 성격을 병으로 규정해버렸다.
아 병이구나
부정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사람은 나를 환자로 생각하는 구나
-고치고 싶나요?
고치려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야 했다. 상담을 받으면 좋아지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은 '환자'의 의지에 따라 달려 있다고 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채로 그녀는 병원에 다녔다. 내가 이것을 고치고 싶은지 아닌지도 모른채 무식하게 꾸준히 다녔다.
결론에 상종하기 싫어하는 이 태도 또한 그녀의 병의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이 지독한 우유부단.
나는 나를 환자라고 생각하는가? 모르겠다.
남들은 나를 환자라고 생각하는가? 일부는 그렇고 나머지는 아니다.
그럼 나를 환자로 규정하는 것은 무엇일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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