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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말 혜화역, 언제나 사람이 많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젊은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 구부정한 노인이 하나 서있다. 이질적인 그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둘러싸고 있다. 단정한 얼굴과 차분한 머리에 예쁜 웃음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자신의 몸을 가릴 크기의 큰 판넬을 들고서 한목소리로 외친다. 빅이슈 할아버지를 도와주세요! 걔네를 물끄러미 보면서 걸음을 옮기면 자연스레 시선은 구부정하게 빅이슈 잡지 더미를 끌어안은 그 노인을 향하게 된다. 거기에 떠오른 얼굴은 내게 너무 당혹스러워서 잘라고 누울때마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에 얼굴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데 학생들 때문인지, 뭐에 홀린듯이 잡지를 사는 사람들 때문인지, 표정은 꿈결같은 미소를 띄우고 있다. 그리고 기어들어가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감사합니다를 간신히 내뱉는다. 노래부르듯이 빅이슈 할아버지를 도와주세요를 외치는 학생들 사이로 감상에 젖은 그 노인을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멈춰 서서 바라보고 있다.

2. 그건 오래된 전통 있는 합창 동아리의 라스트 콜이라고 했다. 30년의 역사가 있는 동아리이고 그래서 이 공연이 매우 특별하다고 했다. 30기 멤버들의 1부2부 공연이 끝나고 찾아준 사람들과 선배들에게 감사해하며 스스로 감격해하는 동아리 회장의 달뜬 소감이 있었다. 그는 흥분에 가득차 공연장에 외쳤다. 찾아주신 선배님들 나와주세요. 우리 같이 동아리 노래 불러요. 하얀색 상의에 검은 하의를 입은 동아리원들 사이로 양복을 입은 아저씨, 아줌마, 언니, 오빠들이 끼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무대가 바글바글 해졌다. 그들은 손을 잡고 동아리의 이름이 가사로 들어가 있는 노래를 불렀다. 내 옆에는 중년의 신사분께서 아내분이랑 둘이 앉아계셨는데, 동아리 노래 1절이 끝나셨을 때 즈음 그 신사분이 뭔가 결심이라도 한듯이 아내분의 손을 살짝 쥐었다 놓으며 말했다. 나도, 갔다와야겠어. 그러면서 그는 양복 밑단을 휘날리며 무대로 뛰어올라갔다. 무대에는 동아리 출신의 현역 지휘자가 있었다. 그 지휘자는 말없이 함박웃음을 지어주며 경황없이 무대로 뛰어든 중년의 신사에게 한 손을 내밀어주었고 둘은, 나머지 모두는 손을 맞잡고 노래를 이어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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