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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쌍제이님 오늘 당신은 저에게 까방권을 얻으셧읍니다. 쉽게 얻는 것 아님. 브라이언 싱어가 엑데퓨 찍고서야 받은것.
그리고 진짜 인정할게요. 당신은 진짜 덕후에요..
당신이 트렉 3을 맡지 않고 이리저리 미루다가 스타워즈로 간 것, 모두 모두 이해해요. 다 덕후의 사정인 거죠.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매우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를 꼽자면 그 장엄한 신화적 서사 때문에 좋아한다. 이 영화의 장르는 스페이스 '오페라'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별과 우주의 멸망과 탄생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 명성에 걸맞게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철저히 신화의 서사를 따른다. 그들은 잔혹한 운명에 얽매여 있고 그것에 굴복하며, 도전한다. 공주와 건달과 소년. 클래식의 '바보' 삼총사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는 말인데, 이 세 인물이 본인의 가치관을 만들고 그것에 당위성을 갖고 행동하는 순간 장엄한 오페라가 음악과 함께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영화는 검은 바탕에 LONG TIME AGO GALAXY FAR AWAY 와 점 세개가 둥둥 뜨며 시작한다. 이것이 오래된 우주의 오래된 이야기임을 영화의 알려지지 않은 서술자가 이야기 해주고 있다. 보통은 먼 미래의 누군가가 그 이전의 이야기를 해준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스타워즈를 처음 만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었다. 어쩌면 이것은 정말로 먼 과거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몇 광년을 쉽게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우주선이 있는데 항상 연료 때문에 고초를 겪는다. 적어도 인류는 광년 이동보다는 연료문제를 더 빠르게 해결하지 않을까? 어린 소년과 그 어머니를 노예로 부리고, 사람의 납치와 매수는 밥먹듯이 일어나며 공화국하나를 꿀꺽 삼키려는 야망으로 똘똘 뭉친자를 저지하는 자 하나 없다. 기본적인 도덕마저 무너진 세계는 현재 사회상보다도 나을 것이 없어 보이는데 이게 정말 최첨단 과학이 있는 미래라고? FUTURE???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나는 상상력을 조금 보태, 이 오페라의 무대를 과학과 사회의 최전성기인 정점을 찍은뒤 쇠락의 길만이 남은 미래로 본다. 더이상 과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는 진보하지 못하고 맹목적인 종교가 겨우 떠받치고 있다. 한솔로 처럼 종교를 무시하는 자도 있고 그걸 어둠의 힘으로 타락시켜버린 시스 같은 자들도 존재한다. 이 쇠락해 가고 있는 문명은 언젠가 결국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질 것이다. 모든 문명과 역사가 그렇듯이, 별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란 거다. 그러니까 이것은 우리 문명이 존재하기 이전의 매우 과거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는 나의 망상! 어때 그럴듯 하지 않은가. 나는 항상 이 이론을 밀고 있었기에 올해 나사가 우리 문명이 우주 초기의 문명일 것이라는 발표가 너무너무 슬펐다. 빨리 우주로 진출하여 프리퀄 클래식 블루레이와 플레이어를 먼 행성에 떨구고 와야한다. 이것이 실제로 신화가 되도록.
내가 클래식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너무 모에하다! 오렌짓빛 사막과 모래 바람, 거기서 사는 사연있는 소년. 말못하는 고철 덩어리들과 귀여운 인형들. 그들이 내는 비프음 또는 시끄러운 아우성들. 얼마 안되는 대사들과 그거를 모두 아우르는 기승전결이 매우 뚜렷한 오케스트라 클래식 음악.
오리지널 시리즈는 정말 대사가 없기로 유명하다. 대사 대신 단조로운 사막과 클래식 선율과 인간말을 못하는 무언가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말못하는 크리쳐들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지만 그들의 상황, 반응, 말할 수 있는 상대의 반응을 보며 유추해낼 뿐이다. 알투디투가 삐뽀삐뽀 하면 쓰리피오는 "어떻게 나한테 감히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어!" 하면서 경악한다. 우리는 그 깜찍한 알투가 걸걸한 말투를 가지고 있는 갭모에적 캐릭터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으 이게 어찌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는가?
어쩌면 누군가 말하는 클래식이 유치하고 촌스러움이 여기서 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CG 기술이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 시기라 우주인들은 모두 귀여운 인형들이나 어린 아이들로 대체되었다. 테디베어 옷을 입은 아이가(누가 봐도 그냥 테디베어 옷을 입은 아이다)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꽥꽥대며 바둥댄다. 배우들은 그걸 보면서 진지한 정극 연기를 해야한다. 당연히 삐걱거린다. 하! 유치해! 못보겠어! 아니라니까 그게 모에로운 거라니깐?????
쌍제이는 매우 훌륭한 골수 클래식 팬이다. 쌍제이는 이 모에로움이 뭔지 안다. 레이가 모래바람 속에서 드로이드 하나를 구해낸 뒤 그에게 '이제 네 갈길 가' 하니 BB8은 고개를 갸우뚱하며(그게 머리가 맞다면...) 삐- 소리를 내며 돌돌돌... 레이를 따라간다. 레이가 툴툴대니 비비팔을 비프음을 더 질질 끌며 애교를 부리듯이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그 장면을 본 순간 나는 내가 이 영화를 얼마나 사랑해야하는가 감도 오지 않았다. 마치 에피소드 4의 술집 장면을 처음 봤을 때와 맞먹는 충격이었다ㅋㅋㅋ 쌍제이에 대한 작은 앙금들은 그런게 존재했냐는 듯이 눈녹듯 훌훌 사라져 버렸다.
원래 쌍제이는 시리즈 심폐소생사로 불린다. 그가 만드는 훌륭한 시리즈물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기승전결이 있어서 단독 영화로도 손색이 없고 완결성도 있다. 스타워즈 7 - 깨어난 포스도 그렇다. 인물들이 누군지 그들의 동기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영화에서 설명되고 그 내용은 타당하다. 그럼에도 그는 훌륭한 팬보이답게 4-6편의 클래식 시리즈 정도는 보고 오는 게 좋지 않겠냐며 가볍게 권유한다. 그가 만든건 사실상 팬무비라 팬들만 알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고 그것을 만날 때마다 팬들은 좌석에서 찌릿찌릿 전기를 느낄 것이다. 인생에 한번쯤은 체험해 봐야하는 경험이기에 나도, 적어도 클래식을 보고 오기를 권유한다.
그리고 클래식 팬이라면, 영화를 최대한 빨리 보세요!! 그러면 자신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볼 수 있다. 다 알려진 스포일러였지만, 아엠 유어 파더가 여기였구나, 나도 이걸 알게 됐구나! 깨달음을 얻고, 레아 공주님의 황금 비키니에 두근두근 하고, 루크가 못생긴 요다 인형을 업고 뛰어다닐 때 낄낄 웃어 보기도 하고, 토르소가 된 아나킨이 아이 헤잇츄 할때 남은 오비완의 운명을 생각하며 찔찔 짜고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경험들이 있는 사람들,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보는 스타워즈 7은 감격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구부러지는 광선검을 가지고 온 커플과 BB8을 비닐에 싸서 가지고 온 여성분, 등장인물의 이름을 모두 대며 흥분한 안경잡이 소년들. 나는 정말 역사의 현장에 있는 기분을 느꼈다. 뭐 이런 덕내 나는 게 역사라고 할 수 있겠냐만은, 70년대에 스타워즈를 보기 위해 길게 줄 섰던 사람들의 사진이 타임라인에 뜨는 오늘을 보노라면 이것도 뭐 역사겠지 하고 생각한다.
영화 내내 꼭꼭 숨어있던 루크 스카이워커가 등장하자마자 원안으로 사라지고
검은 화면에 노랗게 자자 에이브람스의 이름이 떴을 때 극장의 모두는 박수를 쳤다.
스타워즈가 돌아왔다. 더 포스 어웨이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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