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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트 제출용이라 딱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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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환경이란 단어는 많은 뜻을 내포한다. 좁게 생각하면 그건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을 지칭하는 단어지만 더 넓게 생각하면 우리 주변의 모든 상태를 일컫는다. 사회, 제도, 정치, 법 같은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바로 환경이며, 우리는 이것에 대한 지속적인 유지와 발전,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항상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환경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다음 침공은 어디?'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의 환경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감독 마이클 무어가 직접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리얼 다큐멘터리 같은 이 영화는 익살스러운 상황 설정과 유쾌하고 자기 파괴적인 연출, 감독 특유의 시니컬한 태도와 사캐스틱한 유머가 맞물려 결국은 극장의 모두가 항복하며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는 영화였다.
영화에는 감독 마이클 무어가 직접 등장한다. 무어는 미국을 압박하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얻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침공하여 그 비법들을 훔쳐오고자 한다. 두 달의 유급휴가와 복지를 보장하는 이탈리아, 국가에서 관여하는 급식 식단을 가진 프랑스, 여성 CEO가 가장 많은 아이슬란드 등 그는 세계의 여러 나라를 침공한다. 그러면서 감독은 끊임없이 미국이 당면한 이슈들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질문과 답을 관객들에게 요구한다. ‘미국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유급 휴가가 1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약 두 달을 보장하는 이탈리아와 생산 효율은 비슷합니다. 왜 그럴까요? 슬로베니아는 대학 등록금이 모두 무료입니다. 하지만 왜 천문학적인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니는 미국의 학생들과 교육 수준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일까요? 노르웨이는 죄수들을 호화로운 수감시설에서 수용합니다. 하지만 재범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죠. 미국이 지금까지 이럴 강압적인 수감 정책을 펼칠 필요가 정말 있었던 것일까요?’ 라는 날카롭고 정제되지 않은 질문들을 빠르고 리듬감 있게 쏟아낸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비단 미국만이 당면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대학생들은 빚을 내어 학교를 다니고, 노동과 임금조건은 열악하며, 여성 CEO의 현황은 절망적이다. 영화를 볼수록 당연히 자연스레 우리나라가 처한 현재를 떠올리며 당장의 내 상황 또한 대입하게 된다.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한꺼번에 다루고 있지만 끝도 없이 발랄한 이 영화를 보면서, 신나게 웃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계속해서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우리가 떠안은 이 문제들은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으며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해서 결국은 일상과 같은 문제들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그 큰 문제들을 사실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모른 척하며 덮기에 급급하다. 당장의 일이 급하기 때문에 더 나아가기 위해 가야 할 길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급한 일이 해결되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좀 더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문제만이 아니라, 이웃이 처한 문제, 어린 아이들이 당면한 현실,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들과 같은, 내 주변의 환경을 돌아보고 그것을 파악하고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며 문명인으로써 응당 가져야 할 책임감일 것이다.
'왜 우리나라는 저렇게 하지 못하지?' 라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시작되는 진보적 고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며 의식있는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사실 모든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며 그에 따른 또다른 예상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럼에도 우리의 비판적 의식과 태도를 긍정한다. 무어 감독이 훔친 다양한 가치들은 사실 너무 당연한 것이었지만 우리가 깨닫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시정하며, 남의 얘기를 들어주고 좋은 사례들을 연구하고 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영화의 희망을 나 또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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