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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탐정홍길동>의 300만을 기원하며 쓰여졌읍니다.
*근데 불가능할듯.. 담주에 내릴거 같은데...
<탐정홍길동>은 이렇게 내리고 사라지기엔 너무 아쉬운 영화다. 아직 감독님께는 해야할 얘기가 많이 남았단 말이야! 활빈당 얘기도 해줘야 되고 길동이가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아버지 이야기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동이랑 말순이 어떻게 될 지 알려줘야지! 첨부터 끝까지 울퉁불퉁하고 삐걱대지만 이렇게 곡썽에 아예 묻혀 버릴 영화는 아니었단 말이다. 진심으로 안타까워서 타자를 놀리고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많은 K영화에서 보이는 후려치기, 깎아 내리기, 저질 농담들의 발생 빈도가 한없이 0에 수렴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솔직히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틀을 아예 깨버린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영화는 아예 세상을 밀어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한다.
원작이 있는 이야기를 가져올 때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고전 명작이 그렇다. 고전 명작은 그것이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기에 현대의 관점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제 보면 말도안되게 언피씨한 지점이 있다. 예를 들면 피터팬이 그렇다. 그건 정말 아름답게 쓰여진 수작이지만 그걸 현대로 고스란히 가져왔을 때 원문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던 레이시즘이나 여혐정서를 그대로 스크린에 다시 재현해서는 안된다. 원작을 가져오면서 현대에 맞게 재 각색하는 것. 그것을 고민하는 것이 창작자의 몫이다. <탐정홍길동>은 이 딜레마를 깨버리기 위해 아예 세상을 밀어버린다. <탐정홍길동>의 배경에는 아무 것도 없다. 모래바람이 날리는 도로와 익명의 슈퍼, 쓰러져가는 집, 비밀스런 건물, 그 어떤 것도 어떤 배경적 공간을 연상하지 못하게 한다. 시간 설정도 편하게 1980년대라고 애매하게 잡아 놓았다. 그리고 1980년대 그 요상했던 시기의 정말 요상했던 부분만을 스토리를 위해 편하게 취사선택 한다. 그리고 홍길동이라는 전국민이 아는 고전의 인물을 하나 쏙 집어넣어 놓는다. 과연 그가 고전의 인물과는 얼마나 닮아있는지 그 배경 속에서는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어버린다. 거기서 캐릭터는 너무 쉽게 날아다닌다.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은 그 날아다니는 캐릭터이다. 철저하게 비현실적 배경을 구축해 놓아서 어떤 말도 안되는 설정의 캐릭터를 떨궈 놓아도 관객들은 충분히 너그러이 받아들인다. 길동이는 진짜 첨부터 끝까지 오그라터지는 대사들을 남발하는데 그게 과하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낄낄 웃으며 넘어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게 심지어 시그널의 ㅇㅣ제훈 나레이션이라도 그렇다. 제일 처음에 길동이가 동이와 말순이한테 '아저씨 따라가자'하는 장면은 현실적 관점으로 봤다면 굉장히 위협적이고 불안한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착실한 이미지의 이제훈 때문인 것인지 그러한 사려깊은 연출때문인건인지 그 장면에서 무해함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길동이가 그때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것임을 아는 관객들에게마저 그렇다! 관객들은 길동이가 동이자매를 해치지 않을 것임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길동은 외형만 성장한 피터팬 같은 캐릭터이다. '나는 엄청 세고 똑똑하고 유능한 탐정이고 애들을 싫어하지' 라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뿜뿜하는 애 같은데 그러한 캐릭터가 순진하고 귀여운 동이 자매와 만났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결말은 뚜렷해진다. 저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고 말거야.
사실 한국 영화에서 이렇게 모든 캐릭터를 사려깊게 다뤄주다니 좀 놀랐고 신기했다. 동이와 말순이는 마냥 귀엽게 소비된 아역배우들이 아니다. 길동의 마음을 녹이고 관객의 마음을 녹이는 데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아이들이다.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욕만 앞서는 캐릭터들이 민폐로 느껴지지 않는 신기한 이야기이며, 뭐 결국 길동이도 애새기이니 결국 이 영화는 아이들에 대한 사려깊은 시선에서 그려진 이야기이다. 그리고 활빈당의 남녀 구성 비율은 또 어떻구. 고아라가 연기한 황회장(역할 이름도 무려 황회장이다. 그냥 황회장)을 선두로 하는 그 비밀 조직은 국내 타 영화에선 볼 수 없는 훌륭한 성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스스로 그렇게 연출 했다는 것을 자랑스레 내 보인다. 사실 이 지점까지 고민했음을 너무 명백하게 보여줬던 영화라 정말 신기했다.
이것 말고도 사실 단점도 수두룩하지만 그것을 모두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점이 많은 영화다. 영화가 시작할 때 느꼈던 기분 좋음을 우직하게 끝까지 밀고 가는 패기도 그렇고 영화의 결말이 뒤로 갈수록 또렷해지며 느껴지는 쾌감도 그렇다. 흑흑 속편에 대한 가능성을 충실히 예고하며 끝나는 결말까지 정말로 완벽한데 ㅠㅠ 이거 속편이 나올 수는 없는 것일까ㅠㅠ 300만만 넘었으면 좋겠는 작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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