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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시키 지음/박이소 옮김
문화에서 가장 강력하고 분명한 ‘진실들’이 제대로 언급되지도 않고, 직접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대에는 미술이 바로 그런 경우라 하겠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이것은 더 이상 미술이 아니라고, 우리가 신봉하고 아끼던 걸작들을 향해 거침없이 내뱉는 저자의 태도였다. 근 200년간의 예술을 제외한 예술은 예술이 아니며 그것이 예술이라고 지칭되는 까닭은 하나의 선입관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진정한 예술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통찰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책은 다양한 그림들과 함께 근 200년간의 현대 미술들이 지나온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예술의 역사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데서부터 왔다고 했다. 기존의 것을 끊임없이 부정하며 좀 더 새롭고 혁신적인 다양한 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예술은 더 새로워진 것이다. 심지어 혹자는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어떠한 예술작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 어째서 왜 이것이 예술작품이냐는 질문에, ‘그것을 처음 시도했기 때문에’ 예술로서 받아들여 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은 동의한다. 하지만 디자인과 회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차용과 변용마저 모두 예술이 될 수 있는 이 시대에 독창성과 새로움이라고 해서 뭐 특별한 지위를 가지게 되는 것 같진 않다. 조금 정의 내리기 어렵다. 어쩌면 예술은 뭣도 아니고 그냥 현대 사회 구조의 모호한 한 일부분일 뿐이라고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미있었던 부분을 나열해 보자면, 너무나 상징적이고 모호해지게 되어 점차적으로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된 추상 예술에 대한 부분과, 한정적으로 남게 된 순수미술의 지위에 관한 저자의 서술 부분이었다. 둘 다 현 미술계를 지금까지의 일반적 관점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 보는 시선이었기에 그런 것 같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이 모두 현대 예술, 진정한, 어쩌면 추한 미술, 또는 세상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하고 질문을 던진다.
앞서 말했듯이, 추상예술은 독창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준까지 나아간다. 이전의 사람들이 미술은 고유하며 창의성, 독창성이 있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했다면 그 전제 자체를 뒤집는 것이다. 셰리 레빈은 아예 사진작가 에드워드의 작품을 복사하기에 이른다. 뒤샹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복사하여 수염을 그려 넣고 ‘처음’, ‘발칙함’ 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데 반해, 셰리 레빈의 작품은 아예 미술의 고유한 ‘독창성’이라는 속성 자체에 도전하는 그것이었다. 더 이상의 과거의 의미가 사라지고 형이상학적이고 모호한 주제만을 찾게 되는 것은 결국 모더니즘 미술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혹자들은 그 때문에 현대예술이 더 이상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부유층을 위한 문화로 전락했을 뿐이라고. 어쩌면 그 사정은 오늘날 또한 마찬가다. 가끔 우리들은 작품 자체보다, 이 작품이 현대미술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작가는 얼마나 이것을 만드느라 애를 썼으며 얼마나 고뇌했는지와 같은 외적으로 보여지는 특성로서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에 더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천경자 작가의 위작, 절필 같은 사건들만 봐도 그렇고 작품의 가격을 올리기 위한 갤러리와 데미한 허스트의 꼼수, 유명한 그라피티 작가지만 알뜰장터에서 모작 몇 달러를 주고 그림을 판 뱅크시…. 같은 웃지 못할 일화도 그렇다.
모두 작품 자체보다 외적인 것을 쫓는 동시대 예술을 보여주는 것 같다. 외적인 것을 중시하며 유행만을 쫓는 것이 진정한 컨템포러리 아트의 의미인지, 때론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도 예술의 일부이며 이것만큼 세상 돌아가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법이 또 뭐가 있으랴? 라는 망측한 생각도 한다. 어쩌면 이건 그냥 미술이 또 다른 고유한 특성을 하나 더 가지게 된 걸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세계는 넓고 복잡하다.
현대세계의 보편적 상징은 몬드리안의 추상화가 아닌 빨간 코카콜라 상표광고이다. 이는 예술은 더 이상 어떤 중요한 무언가가 아니며 현대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코카콜라 상표도 예술인가요?’ 라고 이제서야 묻는 것은 굉장히 뻘하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단지 휩쓸리는 파도 같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창조하는 주체다. 현대 예술의 이러한 개념에 대해서 나는 이 책과 생각을 같이 한다. 그것이 어렵지 않으며 우리의 일부이고,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세상을 예술로서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현실에 기여하며 세상을 바꾸기는 예술이라는 장르가 있기에 너무나도 쉬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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