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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생각

미술이 아니다!

ㅅㄴㅐ 2014. 4. 20. 20:09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시키 지음/박이소 옮김

 

 

문화에서 가장 강력하고 분명한 진실들이 제대로 언급되지도 않고, 직접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대에는 미술이 바로 그런 경우라 하겠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이것은 더 이상 미술이 아니라고, 우리가 신봉하고 아끼던 걸작들을 향해 거침없이 내뱉는 저자의 태도였다. 200년간의 예술을 제외한 예술은 예술이 아니며 그것이 예술이라고 지칭되는 까닭은 하나의 선입관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진정한 예술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통찰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책은 다양한 그림들과 함께 근 200년간의 현대 미술들이 ­지나온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예술의 역사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데서부터 왔다고 했다. 기존의 것을 끊임없이 부정하며 좀 더 새롭고 혁신적인 다양한 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예술은 더 새로워진 것이다. 심지어 혹자는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어떠한 예술작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 어째서 왜 이것이 예술작품이냐는 질문에, ‘그것을 처음 시도했기 때문에예술로서 받아들여 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은 동의한다. 하지만 디자인과 회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차용과 변용마저 모두 예술이 될 수 있는 이 시대에 독창성과 새로움이라고 해서 뭐 특별한 지위를 가지게 되는 것 같진 않다. 조금 정의 내리기 어렵다. 어쩌면 예술은 뭣도 아니고 그냥 현대 사회 구조의 모호한 한 일부분일 뿐이라고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미있었던 부분을 나열해 보자면, 너무나 상징적이고 모호해지게 되어 점차적으로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된 추상 예술에 대한 부분과, 한정적으로 남게 된 순수미술의 지위에 관한 저자의 서술 부분이었다. 둘 다 현 미술계를 지금까지의 일반적 관점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 보는 시선이었기에 그런 것 같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이 모두 현대 예술, 진정한, 어쩌면 추한 미술, 또는 세상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하고 질문을 던진다.

 
앞서 말했듯이, 추상예술은 독창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준까지 나아간다. 이전의 사람들이 미술은 고유하며 창의성, 독창성이 있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했다면 그 전제 자체를 뒤집는 것이다. 셰리 레빈은 아예 사진작가 에드워드의 작품을 복사하기에 이른다. 뒤샹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복사하여 수염을 그려 넣고 처음’, ‘발칙함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데 반해, 셰리 레빈의 작품은 아예 미술의 고유한 독창성이라는 속성 자체에 도전하는 그것이었다. 더 이상의 과거의 의미가 사라지고 형이상학적이고 모호한 주제만을 찾게 되는 것은 결국 모더니즘 미술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혹자들은 그 때문에 현대예술이 더 이상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부유층을 위한 문화로 전락했을 뿐이라고. 어쩌면 그 사정은 오늘날 또한 마찬가다. 가끔 우리들은 작품 자체보다, 이 작품이 현대미술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작가는 얼마나 이것을 만드느라 애를 썼으며 얼마나 고뇌했는지와 같은 외적으로 보여지는 특성로서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에 더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천경자 작가의 위작, 절필 같은 사건들만 봐도 그렇고 작품의 가격을 올리기 위한 갤러리와 데미한 허스트의 꼼수, 유명한 그라피티 작가지만 알뜰장터에서 모작 몇 달러를 주고 그림을 판 뱅크시…. 같은 웃지 못할 일화도 그렇다.
 
모두 작품 자체보다 외적인 것을 쫓는 동시대 예술을 보여주는 것 같다. 외적인 것을 중시하며 유행만을 쫓는 것이 진정한 컨템포러리 아트의 의미인지, 때론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도 예술의 일부이며 이것만큼 세상 돌아가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법이 또 뭐가 있으랴? 라는 망측한 생각도 한다. 어쩌면 이건 그냥 미술이 또 다른 고유한 특성을 하나 더 가지게 된 걸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세계는 넓고 복잡하다.

 

현대세계의 보편적 상징은 몬드리안의 추상화가 아닌 빨간 코카콜라 상표광고이다. 이는 예술은 더 이상 어떤 중요한 무언가가 아니며 현대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코카콜라 상표도 예술인가요?’ 라고 이제서야 묻는 것은 굉장히 뻘하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단지 휩쓸리는 파도 같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창조하는 주체다. 현대 예술의 이러한 개념에 대해서 나는 이 책과 생각을 같이 한다. 그것이 어렵지 않으며 우리의 일부이고,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세상을 예술로서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현실에 기여하며 세상을 바꾸기는 예술이라는 장르가 있기에 너무나도 쉬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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