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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생각

아1시아프 심사1평

ㅅㄴㅐ 2015. 5. 26. 21:51

김윤경 독립큐레이터

제한된 자료를 제한된 시간 내에 재빠르게 살펴보고 신속하게 내린 순간의 판단이 누군가의 가까운 장래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기에, 온라인 포트폴리오 심사는 많은 작가들의 작업을 만나본다는 기대로 시작되지만 항상 불편한 마음으로 끝나곤 한다. 더욱이 이번에는 심사 후에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심사평을 정리하는 일마저도 지난하기만 하다.

이번 아시아프는 평면과 입체, 미디어아트로 분야를 구분하여 공모를 진행했는데, 세 분야를 합한 전체 지원자의 수가 2,445명에 이른다는 것을 통해 기회를 갈급하는 이 시대 청년작가들의 열의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심사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들의 열의를 증거하는 치열한 실험, 혹은 도전의 흔적이 드러나는 작업, 그 자체가 아니었다. 공모에 지원한 작가들 중 80%가 넘는 2,010명이 평면 분야에 몰려있다는 점은 지치지 않는 그리기에 대한 판타지를 대변하는 것 같아 놀라웠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들 대부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공모에, 심지어 판매를 전제로 하는 전시 공모에 제출했다는 점이었다. 자신이 다루는 대상과 주제, 매체에 대한 성찰은 차치하더라도(물론,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린다는 것에 대한 기본조차도 보여주지 못하는 결과물들을 보면서 착찹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눈앞에 놓인 캔버스와 팔레트를 보고 두근거림을 느낀다는 마음이 스스로에게 작가라는 칭호를 부여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지나치게 유아적이다. 청년지원자들의 연령대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작업에 드러나는 경험과 사고(思考)의 폭과 깊이는 한없이 좁고 얕았다. 자신의 예술을 통해 세계에 대한 지식과 사랑을 드러내려는 그 어떤 열망도, 노력도 보이지 않는 결과물들을 보면서 청년작가들에게 결핍된 것은 당근이 아니라 채찍인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박윤정 소마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사실적 묘사, 끈질긴 긋기, 시각적 일기, 불편한 판타지. 이번 아시아프 평면부문에 출품된 작품들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되는 듯하다. 그리고 재료가 주는 질료감, 즉 결과 보다는 개념의 도식화, 즉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할 만하다. 어쩌면 출품 작가들의 대부분이 미술 시장에 첫 발을 딛는 젊은 작가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무릇 작가의 상상력이란 현재 완료형이 된 순간 생명력을 잃는다는 것을 상기하며, 이들이 보여준 가능성이 늘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우리의 멈춰진 상상력을 부추겨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 앞으로도 아시아프가 젊은 작가들의 창작욕 고취 차원에서 뿐 아니라 한국 미술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장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

 

임창섭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개발원 조감독

전반적으로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들로 잠깐 보기에는 풍부한 경향들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먼저 왜 그리는 것인지가 질문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무엇을 그릴지를 생각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철저하고 끈질긴 묘사력 혹은 창의적인 상상 등 무엇하나 진지하게 접근하는 작품들이 부족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았으면 한다.

 

최정주 독립큐레이터

본인의 심사내용은 총 287명을 대상으로, 오일, 아크릴, 한지에 수묵채색을 비롯하여, 판화, 기타 부조 등의 평면 작업 중 약 1/3에 해당하는 98명을 1차 선발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권의 대학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창작의 참신함과 실험성, 발전 가능성을 긍정적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고, 구체적으로는 주제의 선정, 주제의 표현력, 표현 기술력 등을 대입하여 선발했다.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작품 자체만으로 심사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점들은 우선, 자신의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다소 어설프더라도 그에 부응하는 주제와 표현을 자신있게 이끌어낸 몇몇 출중한 지원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고 평균적으로는 주제 의식보다는 소재 지향적인 면이 강했고, 주제를 선정하는 측면이나 표현 방식, 기술적 측면에서도 기성 작가들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태도가 종종 드러났다. 이들은 작가로서 아직 풋풋한 시절이기에 영글지 않은 면모에서 드러나는 발랄함과 신선함이 오히려 강점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는 그 나이에 충실히 겪어내야 할 고민과 노력을 통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자신의 내외부를 좀 더 세심하게 관찰해야 할 필요성과 진중함이 요구되었고, 다소 저돌적일 만큼의 다양한 실험들, 혹은 자신만의 끈질긴 고집을 펼칠 수 있는 패기가 절실해 보였다. 미래의 지원자들은 인문학적 동기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스스로의 성장에 주도적이기를 기대해 본다. 본 프로젝트가 성장 과정에 있는 작가 및 그 지망생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책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원자 개인이나 향유자들 모두에게 좋은 채널이 되고 있다고 본다. 향후에도 본 사업이 한국현대미술계를 이끌어나갈 신진작가들의 지원책이자 등용문으로 굳건히 자리 매김하기를 고대한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친구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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