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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같은 품격의 작가, 그러니까 신에게서 재능을 받은 작가가 제게 이런 거름더미를 보여주시다니 너무도 유감입니다. 이 작품에 그려진 세상은 더러움, 무뢰한, 천박한 여인들로 들끓고 있어요. 이런 거름더미를 지나 그 속에서 진짜 진주를 찾아주는 작가에게는 얼마나 감사하게 되는지요. 당신은 그 진주를 발견할 재능을 충분히 가지고 계시면서 왜 거름더미만을 그리셧나요?

체호프 역시 진창을 거름더미라고 부른 키셀료바의 편지에 다음과 같이 응수하면 자신의 작품을 변호했다.

세상이 무뢰한과 천박한 여인들로 들끓는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인간의 본성은 완전하지 않아 이땅에 올바른 사람들만이 존재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겠지요. 무뢰한들로 가득한 거름 더미에서 진주를 캐내는 것이 문학의 의무라고 말하는 것은 문학 그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화학자들에게는 이 땅에 더러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작가들도 화학자들만큼이나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그는 일상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을 버리고, 풍경화에서는 거름더미 역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세상에는 선한 열정뿐 아니라 악한 열정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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