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영화영화

덩케르크의 여러 모먼트

ㅅㄴㅐ 2017. 8. 14. 12:52


덩케르크 잼게봄. 걍 놀란이 사랑타령하는 영화보다 훨씬 나은데ㅋㅋㅋ 조금 싸패적 모먼트의 덩케르크이지만...



이 영화가 주인공들의 감정을 완전히 배제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이유는 바로 얼굴이다ㅇㅇ 극중에 이름이 나온애들이 많이 없어서.. 해변에서만난 잘생긴애.. 그때 도와준 잘생긴애.. 거기서 만난 잘생긴애...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얘기해야함. 관객들이 이런 방식의 영화에서 주인공에 이입하고 그들의 입장에 설 수 있는 이유는 물론 그들의 얼굴 때문임. 놀란 이걸 너무 잘 알고 본인도 너무 좋아하네ㅋㅋㅋ


일부러 잘 알려지지 않은 새 얼굴들을 뽑았다고 한다. 익명의 누군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하지만 그 중 하나가 해리 스타일스라는 것은 나를 늘 대폭소하게 하죠



핀 화이트헤드 뉴스보이에서 꾀꼬리처럼 노래부르던 베일신을 닮았다. 그냥 베일신 나이 너무 많아서 소년병으로 못쓰니까 대체제로 데려왔는데 아 너무 좋아요...



요즘 전쟁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는 거


왜 1차 세계 대전보다 2차 세계대전이 더 많이 영화화되는가? 그것은 ww2가 더 말도 안되고 정신나간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전쟁이기 때문이다. 전쟁에 경중을 따질 순 없지만 더 극악무도했고 미친 일들이 자행되었기 때문임

우리는 그것을 이미지화하고 이야기로 매끈하게 만드는 것에 더 유희를 느끼는 것일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쟁 상황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우리가 그걸 영화를 통해 이미지화할 수 있는 이유는 남아있는 기록과 증언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기록과 증언들은 진짜 전쟁을 대변할 수 있는가? 대변할 수 없음. 실제로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전쟁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언어화될 수 없다고 말함. 그기록들은 어쨌든 실제 전쟁의 열화버전이고 그걸 토대로 만든 영화또한 오히려 더 열화된 것임


이건 어떻게 보면 윤리의문제로도 흐를수 있는 문제인데. 우리가 영원히 알지못할 참혹함과 참담함을 단지 우리가 유희로 즐기기위해서 이미지화하는 것이 정당하냐 라는 문제까지 얘기해볼 수도 있음. 전쟁을 코미디로 소비해도 되는가? 드라마로 소비해도 되는가?

그것이 바로 영화가 아닐까요... 하면 사실 존나 할말없고ㅋㅋㅋ...하지만 전쟁의 재현이란 정말 이상한 위치에 있다. 전쟁은 재현할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걸 어떤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그 상황을 전달할 것이냐 만 유의미한 질문으로 남는다


감독이 할수 있는건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라이언 일병구하기처럼 리얼하게 보이는 장면을 만들고 가슴아픈 드라마를 넣을 수도 있고 인생을 아름다워처럼 코미디로 그 상황을 더 비극적으로 연출할 수도 있고

멜깁슨처럼 디그니티는 걍 바닥에 꽂아버리고 그냥 지 장기만 자랑하는 미친놈도 있음. 


오히려 덩케르크는 앞에서 말한 윤리의 문제로써만 보면 제일 바람직한 묘안을 생각해낸 것 같은데.

전쟁은 개인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집단경험의 서사로써만 편집되고 기억됨. 그건 전쟁이 인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중 가장 거대하고 극한의 것이기 때문이다. 덩케르크에서는 여러인물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얘네는 이름도 소개안되고 내면을 다루지도 않음

그러나 그 인물은 그 상황속에서 자기가할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은 다른 선택들과 합쳐지면서 전쟁 그 자체를 구성하게 됨. 끊임없이 공간과 시간축들이 펼쳐졌다가 모아졌다가 다시 펼쳐지는 그 연출이 전쟁을 재현하는데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한.

전쟁의 시간은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무튼 인물의 내면과 사연과 감정을 이렇게 배제해도 전쟁자체를 이렇게 연출한 것은 첨 보았고 이렇게 시간축 배열하는 것은 메멘토부터 놀란이 잘 해오던 짓이라 더 효과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한다. 

+아 그리고 내가 얘기하는 전쟁이란 이미 역사가 된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지.. 동림옹이나 비글로우가 연출하는 현대의 전쟁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일단 현대 전쟁은 카메라가 위치하는 것이 가능하여 윤리의 문제에서 좀 더 자유로움



놀란의 사랑타령이라 함은 그의 영화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그의 '사랑'에 대한 단상이다. 가끔 그의 영화를 보며 조금 이상하다 생각하는 것이 특정 장면의 연출이나 촬영은 기가 막힌 남들이 천재라 일컫는 감독이, 연인이든 가족이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굉장히 틀에 박힌 교과서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주 대박적인 예는 인터스텔라에 나온다. 앤해서웨이가 맡은 닥터 브랜드가 하는 말임


"Love is the one thing that we're capable of perceiving, that transcends dimensions of time and space," 


나는 그가 그의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겠다. 그의 딸이 점점 성장할 수록 그의 영화의 여성 캐릭터 묘사가 점점 나아진다는 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페미니즘적으로 여성 캐릭터가 점점 잘 구축된다는 얘기는 아니고... 걍 여자가 그래도 짐짝에서 인간처럼은 보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CG를 최소화하고 무슨 학위를 딴 동생을 부려먹으며 어쩌구저쩌구 해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도 감동적이고 웃기지만 여러 의미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그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서 사랑 자체에 대해 설명하는 모먼트를 넣는 것은 정말 아니고.. 구리다고 생각함ㅋㅋㅋ 사랑은 여러 측면이 있다. 증오와 동시에 사랑하는 것도 가능하고 순간 순간 변하는 감정이다. 그리고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는 감정이다. 그런데 항상 놀란은 그것을 설명하려고 함. 

그가 모든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고 디테일을 넣는만큼 그의 영화에는 사랑이 눈에 모두 보이게 묘사된다. 그리고 그것만큼 어색한 것은 없음. 


인터스텔라의 설정 구멍은 코브의 동기에서부터 발생한다. 코브는 정부에 쫓겨서 자기 원래 나라로 돌아가지 못해 딸아들을 만나지 못함. 하지만 인셉션을 수행하면 만날 수 있게 됨. 놀란은 거기서부터 그가 인셉션에 참여할 동기를 구축하는데... 처음 보고 생각한 건... 딸 아들을 지금 있는 나라로 데려오면 되잖아...? 였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냐고... 아님 자식들과 만나는 게 더 중요하냐고... 당연히 답은 정해져 있는데 실수인지 뭔지(실수라고 생각한다...) 이걸 간과해버려서 코브 착하지만 모자란 사람으로 만들어버림...그가 죽은 아내를 그리는 것도 싸이코패스같이 됨. 나는 놀란이 캐릭터가 느끼는 애정과 사랑의 감정이 스토리에 방해가 되면 너무 쉽게 무시해버리는 건 아닐까(((자기도 모르게))) 항상 의심하고 있다. 


덩케르크가 싸패적 모먼트라는 것은 너무 쫙 그 구린 사랑타령을 말린 오징어처럼 건조시켜버렸다는 데에 있다.  물론 이영화에도 서프라이즈적 휴머니티 없는거 아니지만.. 스필버그나 이스트우드 영화보면 취하는데 이 영화는 안 취하잖아요. 비웃게 되잖아. 그게 그것조차 잘 못만들었다는 거임ㅋㅋㅋㅋㅋ 역시 중간에 국뽕 모먼트 넣은건 놀란 안드로이드 싸패설을 피하기 위해서인가


젠더 배제적이지만 이 영화에서 사랑이 안나오는 이유는 걍 여자가 없어서임. 눈 크게 뜨고 본 결과 여성은 두명정도 나오는 듯함. 첨에 톰이랑 깁슨이 탔던 배에서 차랑 잼바른 빵 주는 여자랑... 마지막에 국뽕 모먼트에서 민간선박 위에 엄청 혁명적 포즈 취하는 여자 하나 있음ㅋㅋㅋㅋ사실 놀란은 이것에 대해서 입을 턴적이 한번도 없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덩케르크는 여성이 등장한 역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아주 쉽게 그 이유를 말한다. 근데 그러면 2자 세계대전의 많은 순간들 중 유독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만들어진 이유는 뭐라고 생각함? 톰하디가 타고 있던 스핏 파이어의 레이더 기지에 있었던 자들은 누구이며 스핏파이어를 조립한 사람들이 누구였을까라는 점은 생각해 봤을지 그들의 영화는 왜 한번도 만들어지지 않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있을까? 그리고 여성감독이 만들었으면 끊임없이 사상검증 받았을 주제에서 촉망받는 젊은 남성 감독에게는 왜 이 질문 아무도 하지 않고 다들 빨아주기만 하는 건지는 생각 안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