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관련 이미지


어떤 장르가 세기말을 참신하게 반영하고 있고, 매우 흥미로운 상상적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장르는 현실을 납작하게 만들고 기울어진 세계의 구조를 더 부각시킵니다. 이 장르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 죽어야 합니다. 죽음만이 답입니다.

사실 죽음까지는 생각하진 않았는데 공각기동대 실사판을 보고 느꼈다.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는 사장되어야 한다ㅇㅇ 그냥 그 가치는 가치대로 두고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는 것임. 블레이드러너2049 를 보고는 더 명확해졌다. 이렇게 끝내주게 잘 만든 영화도 구제할 길이 없는 것을 보니 이제 이 장르는 정말 끝났다...쎄이 굿바이...

물론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2049도 정말 끝내주는 장면 많음. 하지만 장르의 정체성이 동아시아((일본))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동경과 판타지 그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의 남용, 그리고 세기말의 죽음이 도사리는 분위기 뿐이라면 그것을 자꾸 재현하는 것이 과거에 대한 추억팔이 이상의 어떤 의의를 지니는 지 정말 모르겟읍니다...


관련 이미지


SF영화는 동시대의 인간이 어디까지 꿈꿀 수 있느냐-를 가장 철학적으로 보여주는 장르이다. 고로 SF영화에서 "사창가"가 나온다면 그 영화는 망한 것이다. 만든 사람은 상상력의 한계까지 가지 못했고 납작하고 기울어진 현실에 안주해 버린 거다. 내가 올 해 본 네편의 SF영화에는(공각기동대, 가오갤2, 발레리안, 블레이드 러너 2049) 모두 사창가가 나온다. 누군가는 이것이 디스토피아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지만 아니 님들아 디스토피아에서는 여성 인권만 바닥을 치나요? 좀 큰 꿈을 가집시다 우리.

어떤 장면이 나오냐면, 극 중 라이언 고슬링이 안드로이드 여자친구가 있다. 철저하게 여자친구 이상,이하로도 쓰이지 않는 그 캐릭터는 어떠한 성격도 가지지 않고 그냥 로봇같다.. 그래서 너만은 달라 넌 나에게 특별해 하는 라이언 고슬링의 감미롭게 속삭이는 달콤한 말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친구없는 독신남의 완벽한 여자친구의 문제점은 홀로그램이라 라이언 고슬링이랑 섹뜨를 못한다는 것 뿐이다. 완벽한 여자친구는 라이언 고슬링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후커한테 지 스스로 연락해서... 걔를 집으로 불러서... 그 후커 몸에 홀로그램을 겹쳐서.. 쓰리썸...을...한다...... 그러면서 그거를 진정한 사랑의 실현처럼 그림. 아니 (쌍욕) 진짜 미쳤낰ㅋㅋㅋㅋㅋㅋㅋ 감독님... 감독님의 빻타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죽자 죽읍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캐릭터가 꽤 많이 나오고 비중있는 장면도 꽤 많다. 두 캐릭터가 치열하게 맞붙는 멋진 장면도 있는데 이 장면에서 두 캐릭터는 자신이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채로 싸운다. 그러니까 그들은 자신이 이 전말을 모두 알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그들은 관객이 알고 있는 반의 반의 정보도 모르고 멍청하게 큰 그림에 의해 놀아나고 있을 뿐이다. 남자 주인공은 여전히 the one인데 반해 여자 캐릭터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채, 영화 전체의 큰 대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모두 퇴장한다. 

안타깝게도 드니빌뇌브는 영화를 너무 잘 만들었다. 그리고 기존의 블레이드러너를 너무너무 사랑했던듯. 모호함으로 가득찼던 기존의 서사를 애정으로 단단하게 다듬고 때깔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가 괴이해진 이유도 그가 사이버펑크를 너무 사랑해서임... SF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싫어할 수가 없다. 이 영화는 기존의 블레이드러너에 대한 최고의 헌정이었으며 각종 디스토피아의 훌륭한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정말 너무 이상하게도 그 좋은 장면과 똑같이 구리고 몸서리쳐지는 장면들이 있다. 


그리고 나에겐 공허함만이 남았다....

너무 사랑해도 놓아줄 때가 있는 법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