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영화영화

루크 스카이워커에 대한

ㅅㄴㅐ 2017. 12. 20. 23:44


라스트 제다이 강 스포 주의


라스트 제다이 강 스포 주의




루크 스카이워커에 대한 송사



마크 해밀은 라이언 존슨이 새롭게 시도한 루크 스카이 워커의 캐릭터 해석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한적이 있다. 개봉 전의 ABC 인터뷰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그 말 뒤에 바로 다른 말을 멋쩍게 덧붙인다.

하지만 내가 동의할 수 없었던 그 지점이 가장 좋은 지점이기도 하지요,
나는 7에 대해서도 완전히 틀렸어요. 나는 내가 그렇게 잠깐 마지막에만 등장하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건 내가 영화를 보기 전이었잖아요.

그는 역사상 가장 최고의 스페이스 오페라가 될 그 영화 시리즈 앞에서 매우 겸허하면서도 무력한 사람이다. 그리고 루크 스카이워커와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라스트 제다이의 평론가 평이 고공 행진을 하는 가운데에 관객 팝콘 지수는 계속해서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뉴욕 타임즈는 이와 같은 극단적인 평가에 대한 이유를 몇가지로 분석했다. 1)캐릭터 해석이 기존 시리즈와 너무 달라졌다. 팬들이 원하던 내용이 아니었다. 2)팬들이 EU시리즈와 같은 스타워즈의 독법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것과 완전히 다른 라스트 제다이에 배신감을 느낀다. 3)1+2로 인한 분노의 트롤링...

이 글에서는 팬들이 싫어하는 지점을 콕콕 집어서 함께 트롤링을 하지는 않겠다. (물론 잘할 수 있다. 그들의 리뷰는 말이 되는 지점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그들은 클래식과 프리퀄을 보아왔으면서 어떻게 라스트제다이의 특정부분을 집요하게 욕할 수 있는가....) 내가 이 영화에서 특히 더 좋게 보았던 지점,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더 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어긋난 캐릭터 해석은 루크 스카이워커에 대한 것이다.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기 전에는, EU라는 스타워즈 세계관이 존재했다. 그것은 456123 뒤의 이야기로 루크의 자식, 레아와 한솔로의 자식들이 나오는 거대한 공식 세계관이었다. 디즈니는 새로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이 세계관을 완전히 폐기한다. 디즈니는 스카이워커 사가가 아닌 또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EU는 가장 필수적으로 사라져야했다. 그러니 몇십년동안 나오지 않는 영화 시리즈를 두고 광광대면서 수많은 팬픽션과 EU들로 자기위로를 해왔던 모든 팬들에게 '이제 우리가 돈 좀 벌어볼라고 새 영화를 만들거야. 그러니까 너네는 사라져줘야겠어' 하며 나온 거대 기업의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완벽하게 환영받을 수 없는 것은 처음부터 명백했다. 그 세계관을 사랑했던 모든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제 라스트 제다이 앞에서 비로소 인정해야 될 때가 왔다. EU의 루크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아니라는 거다. 우리의 머릿속에서 그라면 이럴것이다~로 남은 라스트 제다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구시대적 독법으로 고고학을 파헤치듯이 캐릭터를 햝고 있을 것인가. 영화는 계속 나오고, 걔네는 움직이고,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클래식과 프리퀄 그리고 스타워즈의 가장 꼽는 미덕중의 하나는 선악이 명확하다는거다. 근데 라스트 제다이는 이걸 완전히 뒤집는다. 라스트 제다이에서의 루크 스카이워커는 완벽한 선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고뇌하며 좌절하고 실패하는 인물이다. 팬들에게 있어서 가장 기존시리즈와 모순이 일어나는 부분도 아마 이 부분일 것이다. 물론 이게 마음에 안들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말했듯이 내가 라스트 제다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고결하지 않은 루크'이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이 전체 시리즈에서 얼마나 독단적으로 선한 인물이냐하면, 에피소드 5에서 레아와 한이 위기에 처한 꿈을 꾸게 되자, 제다이 수련을 미처 끝마치지 않고 말리는 스승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로 그들을 구하러 갔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는 언제나 제다이 오더보다 친구들에 대한 사랑이 우선인 소년이었으며, 우주의 제일의 악이었던 악당도 그가 자신의 아버지기 때문에, 선한 면이 반드시 남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는 강했기 때문에 희망이 된 것이 아니었고, 포스가 가장 셌기 때문에 최고의 제다이가 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스베이더보다 약하고 미숙하고 미완성인 어린 소년이었지만, 그가 다스베이더를 다시 감화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친구들을 너무 사랑했고 아버지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루크는 그만큼의 사랑을 그들에게 보답받고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에서의 지친 루크는 똑바로 말한다. 그건 관객들에게 하는 말과도 같다.
나는 전설일 뿐이야

그 소년에게 붙었던 영웅이라는 서사는 그에게도 너무 무거웠을 것이다. 우리는 그에게 30년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라스트 제다이에 나온 몇 가지 플래시 백을 보면서 미루어보아 그에게 있어 영웅이라는 칭호가 그를 얼마나 고독하게 만들었을 지만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어떤 모종의 이유로 자신의 조카에게 라이트 세이버를 빼들었을 지 우리는 도저히 알 수 없고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 이후로 포스를 차단하고 은둔 생활에 빠져버린 그의 행적은 오히려 너무 인간적으로 이해되는 지점이다. 한 때 영웅이었던 자가 그냥 미친 노인이 되고 이상한 섬에 틀어박힌 삶을 살면서 그는 무엇을 그렇게 괴로워했을까. 그 실패라는 짐을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안겼다는 점에서 우리가 절대선이라고 믿었던 루크는 이제 더이상없다. 거기에는 대신 고독하고 외로운 노인만 남아있다. 그는 영웅으로서의 자신을 몰아붙였고 외로웠을것이다. 영화는 그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집중하기 보다는 실패 뒤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된다면 이것은 더 이상 빛과 어둠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에게 닥친 실패를 인정한 뒤 그가,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하느냐에 대한 문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루크를 내가 이전의 루크를 사랑했듯이 똑같이 사랑할 수 있다. 그건 이 영화가 거의 대부분의 루크 캐릭터 모든 묘사를 그에 대한 리스펙트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치고 결함이 있는 루크에 분노하는 팬들은 그 섬세한 사랑을 느낄 소중한 기회를 잃는 것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아 나는 루크가 영웅이라서 그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구나, 나는 그가 타투인의 루크라서 사랑했던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라이언 존슨이 루크 캐릭터를 완전히 부숴버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어떤 사람인 지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 감독이 루크의 어느 신화를 철저히 부쉈느냐를 보아도 알 수 있지만, 동시에 그가 루크의 어느 부분을 그대로 루크인채로 남겨 두었느냐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내가 4의 순진한 농부 소년 루크와 8의고독한 노인 루크를 똑같이 사랑할수있는것은 영화에 계속  그들이 정말로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요다한테 꽁 맞고 입술을 비죽이는 루크 허심탄회하게 과오를 인정하는 루크를 보며 나는 그 루크와 이 루크가 같은사람임을 인정한다. 루크가 제다이 사원을 차마 불태우지 못하고 머뭇대는 그 찰나의 순간에서마저 그것은 어리고 실수하는 소년 루크 그 자체이다. 그 루크는 내가 너무 사랑했던 클래식의 루크가 맞다.

감독은 후반에 레이의 씬을 줄이면서까지 루크의 마지막을 더 그린다. 실패를 겼었을 때 그 과거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이 영화의 답은 명백하다. 그 과거를 안아라. 그 과거에 맞서라. 그 과거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라. 카일로 렌은 과거를 죽이려고 하고, 레이는 과거를 부정하려고 한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과거로부터 도망치기만 했다. 그는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실패했음을 인정한다. 실패로부터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 고통을 받아들인다. 모두가 쉽게 인정할 수 없는 그 어려운 일을, 그렇게 의연하게 해낼 수 있는 자는 내가 아는 바로 그 루크 스카이워커가 맞다. 그는 언제나 선을 향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누구보다도 자신을 믿기 때문에 강인한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자기에게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떠오르는 두 태양을 보면서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소년... 아버지에게 팔을 잃은채로 안테나에 매달려 석양을 바라보며 울먹이는 소년.. 아버지의 시신을 태우며 길게 늘어진 영웅의 뒷모습... 전설이 되어 그의 눈안에 다시 새겨지는 두개의 태양... 어떻게 라이언 존슨이 루크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가... 너무 참사랑인데...

나도 내 어린시절 너무 사랑했던 그에게 안녕을 고한다. 당신이 당신이어서 너무 좋았어요ㅠ
뭐 다음 영화에 포스의 영으로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