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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정사각형이 계속해서 교차하는 영상을 보며 가장 처음 든 생각은 내가 세상에서 매우 미미한 존재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나라는 미미한 존재는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 작은 원자들의 진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처구니 없는 감상이지만 세상은 정말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대한 시각적 깨달음은 나에게 꽤 충격이었다. 끊임없이 확장되고 축소되는 영상들은 세계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 보여준다. 세계의 구축은 결국 미미하고 사소한 것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어떤 수업시간에 읽었던 이민규의 카스테라 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주인공의 냉장고가 망가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참된 냉장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는 냉장고를 다른 용도로 쓰기로 하고 그곳에 사람에 유용한 것과 해악적인 것들을 넣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넣고 그 다음에는 미워하지만 버릴 수는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넣는다. 학교를 넣고 경찰서를 넣고 말 안 듣는 정부를 넣는다. 결국 냉장고 속에는 미국과 중국도 들어가게 된다. 이 소설이 가장 먼저 떠오른 이유는 일단 읽은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고 짧고 절제된 문장과 관조적인 어투가 기계적으로 세상을 아무런 감정 없이 보여주는 영상의 방식과도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주인공의 작은 것들이 모여 냉장고에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것은 달콤한 카스테라로 재현된다. 그가 구축한 세계는 달콤한 카스테라였던 것이다. 그 세계의 구축은 그 자신이라는 작은 것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작은 것들은 세계에서 매우 작은 존재이지만 사실 그만큼 꼭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상 제목이 ‘powers of ten' 인 이유도 그것 때문인 것 같다. 작은 것들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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