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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광화문 쭉 돌다가 생각나서 다녀왔다. 처음 만나는 작가는 아니다. 전에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한중일 팝아트 전을 했을 때 일본의 팝아트로 무라카미 작품들이 많이 왔었다. 어느정도 예상하고 갔긴 하지만 확실히 명불허전이었다.

 

  팜플렛이든 전시 설명이든 무라카미의 평은 '오타쿠적 하위문화' 를 예술의 세계로 끌어올린. 뭐 그런 식으로 해석하곤 하는데. 음 난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말만 그럴싸하지 와닿는 게 없다. 애초에 언론에  얼마나 노출되느냐로 '상위문화'와 '하위문화'를 나눈 것이 그렇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들의 문화를 대중문화보다 하위로 보는 개념에서 편협한 시각만을 느낄 뿐이다. 그리고 사실 무라카미는 그런 소수자 장르 사람들에게 욕 엄청 먹는다. 그 세계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럴싸하게 방법만 차용해서, 자신은 실컷 고고한 척 하면서 돈 벌어먹는 닝겐이라고.

  그리고 무라카미의 작품이 그 '하위문화'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그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는 작품이라 그런다. 예를 들면 키치적 요소가 가득한 영화일 경우에는 그 키치적 요소에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을 많이 차용한다. 근데 무라카미는 아니다. 숨어 있는 그 세계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까발릴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욕먹는다면 욕먹는 것일거다.

 

  그래도 전시장에 있었던 작품들은 좋았다고 해 두겠다. 5000원인 착한 가격에 적당한 작품들 몇개, 그리고 약 1시간에 달하는 영상작업이 굉장히 재밌었다. 정말 명불허전. 별거별거 다 나왔다. 일단 가볍게 워밍업으로는 루이비똥 콜라보레이션 홍보영상이 몇개 나오고, 직접 강독한 애니메이션 몇개, 시밤 하츠네 미쿠 노래 영상까지 있었다...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미쿠는 보면서 좀 뜨악함. 중간쯤에 나왔던 키키와 카이카이 만화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아무생각없이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초글링을 위한 만화구나~ 이러면서 보다가 중간부터는 만화가 ?????? 물음표를 가득 띄우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정말 스토리는 의식의 흐름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뭐 이쪽을 많이 안 접해 본 사람은 좀 충격받을 영상도 많다. 음 꽤 많다...

 

 

  

   뭔가 좋아하고 끌려서 자세히 알아보고 하는 게, 왜 비난하는 시선을 느끼며 죄스러움으로 좋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시실 진짜 그렇다. 가까운 데로 트위터만 가도, 사람들은 자신이 오덕인 것을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숨기려 한다. 무라카미는 그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부분이 아니고, 숨기려 하는 부분만 콕 집기 떄문에 뭐 비난은 받을 일이다. 무라카미가 진짜 하위문화 소비자이건 아니건, 자신만 쏙 빠져나오고 결국 그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셈이 됐으니.

  ㅋㅋㅋㅋ그래도 바로 위 저 작품 <도브와 나>를 보면 그것 밖에 안 떠오른다. 갈 때까지 간 연성러들이 그리는 '최애캐와 나' 랑 뭐가 다름?ㅋㅋㅋㅋㅋㅋㅋ

 

  ㅇㅏ.... 그리고 유치원생 왜 그렇게 많은 지 모르겠다..... 이 전시는 충분히 문화를 접하지 못한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엔 좀.... 일반인들이 와서 편견만 가지고 갈 수 있는, 어찌보면 좀 위험한 전시를.... 엄마들을 왜 뭣도 모르는 애기들 손을 잡고와서 보는 지 모르겠다. 아마 무라카미가 루이비똥 콜라보했다고 그런거만 알고 왔을 것이다. 암튼 애기들 무라카미 영상보다가 충격 안 받았기를.

 

 

팜플렛 이미지를 왼→오 로 했으면 좀 더 전시 취지에 맞는 팜플렛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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