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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몰랐다. 그것이 여성의 한정된 예술 장르라고 생각해서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주체는 여성이다, 여성의 인권을 되찾자’ 라는 개념이 아니니(그건 이미 구시대적 발상이 되었다, 애초에 ‘여성적’이고 ‘남성적’이다 라는 개념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이 현대에서 얼마나 의미가 있는가.) 그걸 넘어서는 무언가일 터인데, 상대적이고 개인의 이념적인 내용을 예술화 시키는 건 작가나 관객들에게나 굉장히 당황스런 전개인지라 21세기의 페미니즘 예술을 감히 한 단어로 정의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전시를 보며 다시 생각해 본 점은 페미니즘 예술은 주체가 여성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예술의 흐름에 저항하는 새로운 이념을 제시했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었다. 정확성, 리얼리티, 보편성 등 과거에 추구했던 남성적 가치들을 전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페미니즘 예술이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전시에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페미니즘, 허스토리라는 타이틀을 걸고서 마리나 아브라 모비치의 작품을 가장 내세우는 것이었다. 물론 마리나는 여성이고 다른 페미니즘 작가들처럼 신체를 이용하는 작품들을 많이 했지만, 그렇다는 조건들로 마리나를 페미니즘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그리고 실제로 마리나는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난 사실 예술에 장르의 구분을 하는 것이 웃기다고 생각하는 쪽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단지 과격한 작품을 하는 여성 예술가라 해서페미니즘 예술가라는 부제를 붙여 논 것이 참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이념적인 예술이 그렇듯이 페미니즘 예술은 급진적이고 가치 전도적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엔 저항이 생긴다. 나만 하더라도, 여성임에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래도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전개되는 영상들을 보면서 이게 그렇게 폐쇄적인 장르는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레포트용으로 그지같이 썼지만... 일단 백업용으로 올려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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