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가 아니고 메이슨의 이야기인데, 메이슨의 엄마, 아빠, 누나에 관한 영화인데 어느 순간 그건 내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우리 엄마, 우리 아빠에 대한 영화가 되어버린다. 영화 속에 내 삶이 펼쳐지고, 영화의 주인공이 쟤가 아닌 나라는 걸 깨달았을 땐 이태껏 있었던, 허공으로 사라진 아무것도 아닌 걱정들과 지나가버린 젊었던 당신들이 일렁대서 안타깝고 또 사랑스러운 것이다. 평범한 것이 쌓여서 삶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우리 삶은 모두 영화다. 아빠 흉보기 주인공이 딱 나라고 생각한 지점. 나는 아빠랑 차를 둘이 타고 다닌 적이 많았는데, 그 때마다 아빠는 항상 올드팝을 틀어놓고 노래에 대해 설명을 해 줬다. 노래도 불러가며 가사의 인물에 집중하면서. 나는 그런 아빠가 지겹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는데 아빠..
김수영의 전통 인식은 그가 스스로 밝혔듯 "요즘의 정치풍조나 저널리즘에서 강조하는 민족주의" 와 분명 다른 맥락을 지닌다. 김수영에게 당대 민족주의 담론은 민족적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감정적 구호이거나 "미국과 소련의 세력에 대한 대칭어" 에 지나지 않았다. 논자들이 김수영의 전통 인식을 "한국의 지성사에서 매우 독보적" 인 사유라고 논평할 수 있었던 것도 김수영이 민족주의 이념에 근거하여 전통을 강조하지는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거대한 뿌리"의 첫 연에 서술된 에피소드는 민족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였다. 김수영이 보기에는, 한일회담 이후 다시 고개를 든 저항적 민족주의란 해방기의 자주독립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재소환했음에도 반공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민족의식만 격상시킨 ..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1960)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불타는 안장(1974) 애니 홀(1977)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 과거가 없는 남자(2002) 핫 칙(2002)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해롤드와 쿠마(2004) 화이트 칙스(2004) 쿵푸 허슬(2004) 트로픽 썬더(2008) 파인애플 익스프레스(2008) 소울 키친(2009) 독재자(2012) 21 점프스트릿트(2012) 디스 이즈 디 엔드(2013) 2015.9.7 업데이트
거대한 뿌리 - 김수영 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 어쩌다 셋이서 술을 마신다 둘은 한 발을 무릎 위에 얹고 도사리지 않는다 나는 남(南)쪽식으로 도사리고 앉았다 그럴때는 이 둘은 반드시 이북(以北)친구들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앉음새를 고친다 팔.일오(八一五) 후에 김병욱이란 시인(詩人)은 두 발을 뒤로 꼬고 언제나 일본여자처럼 앉아서 변론을 일삼았지만 그는 일본대학에 다니면서 사년(四年)동안을 제철회사에서 노동을 한 강자(强者)다 나는 이사벨 버드 비숍여사(女史)와 연애하고 있다 그녀는 천팔백구십삼(一八九三) 년에 조선을 처음 방문한 영국왕립지학협회회원(英國王立地學協會會員)이다 그녀는 인경전의 종소리가 울리면 장안의 남자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갑자기 부녀자의 세계(世界)로 화하는 극적(劇的)인 서울을 ..
새벽의 황당한 저주(번안한 사람을 저주할 것이다) / 뜨거운 녀석들 / 세상의 끝 에드가 라이트 + 사이먼페그 + 닐 프로스트 코미디 로맨스 호러 액션 기타 등등... 피와 아이스크림 시리즈 : 제작진이 그냥..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다... 모든 영화엔 피와 아이스크림이 나오니깐. 병신같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블랙조크가 취향에 맞아서도, 아스트라한 실험이 좋아서도 아님. 그냥 감동적이라서 좋아한닼ㅋㅋㅋ 세상엔 병신도 많고 머저리도 많은데 그런 루져들도 그냥저냥 잘 삶을 보여줌ㅋㅋㅋ 대부분의 영화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주인공들을 보여주지만, 그냥 철없이 남아있음에도, 전혀 성장하지 않았음에도 해피엔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줌 흑흑 감덩이야 사이먼 페그가 귀엽다. 요즘찍는 영..
엄청난 감정소모의 영화다. 어리고 어린 감독은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아낌없이 분출하고 쏟아낸다. 이게 과하게 받아들여지는데 그래서 헉 뭐지하고 숨을 들이키게 된다. 가장 무섭고 두근두근 하는 부분이, 감독이 후베 이야기를 하는건지, 본인이야기를 하는건지, 내 얘기를 하는건지, 그 애매모호한 경계선에서 본인은 뛰놀며 씨익 웃고 있다는 거다. 이 엄청나게 간단하고 직설적인 열렬한 사랑고백의 주인공의 맘이 어떨까 싶다. 돌란은 그녀를 위해 이 열렬한 러브레터를 두 편이나 만들었다. 엄마와 자식이라는 관계는 이 정말 애매모호한 것이었다. 둘은 서로가 처음이고 앞으로 알아가야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엄마이기애-자식이기에-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야만 하는 복종에 처한다. 이유는 두사람의 관계 뿐이다. 그래서..
아카이브 대본 벡델 테스트 성불균형의 무지함의 대하여 이 아카이브는 영화의 작품성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여성이 매체에서 얼마나 입체적인 인간상으로 등장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이다. 벡델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하여 영화의 평가가 폄하되는 것은 아니며, 테스트를 통과할지라도 그것이 페미니즘 영화가 되지는 않는다. 이 지표는 영화 속 여성의 존재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이며 이 놀랍도록 단순한 세 질문은 그저 여자가 영화에 나오고 남자가 아닌 다른 일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이 아카이브를 위해 실험군으로 선별한 영화들은 현대 영화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잘 알려져 있으며 권위적이고 전통적이며 보수적이고 계급적이고 차별적인 아카데미 작품상의 최근 3년동안 후보작으로 올랐던 영화들을 대상으..